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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king-level mentoring

실무진과의 만남을 통한 멘토링 프로그램

[2020년 1월] 릴레이인터뷰 07 : 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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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모팩에 방문하신 김재홍 애니메이션 감독님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셨음에도 수강생들과 릴레이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 함께 해 주신 김재홍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

첫 해외 아티스트와의 릴레이인터뷰입니다. 처음부터 해외에서 일하실 생각으로 준비를 하셨었나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이민 신청을 하셨어요. 영주권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다들 이민 신청한 건 까맣게 잊고 살았는데,

고3 여름에 드디어 영주권이 나왔죠. 미국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보니 앞으로 한국에서 살면 어떨지가 보였어요. 어차피 막연하기는

마찬가지일텐데 미국에 가면 다른 길이 있을까 싶어 선택을 했죠.

이민 후 칼리지에서 공부를 했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칼리지란 곳을 UCLA, USC 같은 대학교(University)로 편입을 하기 위해 거쳐가요. 실제로 2년이 지나

제 주위 친구들은 학교를 정해서 다 떠났는데 저는 전공도 못 정했었어요. 자동차 디자인을 할까 일러스트레이션을 할까 고민하는 사이 시간은 지나고 결국

4년을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잡지에서 팀버튼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는데, 팀버튼은 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칼아츠)라는 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 애니메이션을 가르쳐 주는 학교가 있다는 사실에 설렜어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하고싶었거든요. 근데 애니메이션 쪽에서

일을 하겠다는 건 꿈도 못 꿨어요. 감히 내가 그런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었죠. 그 학교에 대해서 알아보니 디즈니가 세운 학교로 졸업하면

즈니에 취직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이런 학교가 있나 생각했는데 상담을 받고 나니까 더더욱 내 갈 길은 이거구나 싶었어요.

그 때부터 포트폴리오 준비를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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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아츠의 입학 기준은 어떤가요?

칼아츠는 시험이 없고, 포트폴리오와 칼리지에서 공부한 성적표만 있으면 돼요. 그마저도 성적표는 거의 안보고 그림이나 애니메이션에 얼마나

재능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죠. 저는 한국 화실에서 그렸던 데생과 칼리지에서 4년동안 인체데생 했던 것들 그리고 스케치북에 낙서한 것들을

모아서 보냈는데 다행히 합격이 됐어요.

- 그런 낙서 같은 것도 포트폴리오로 인정을 해 주는 건가요?

재미있는 게, 가이드라인에는 인체데생이 보는 기준의 30~40%를 차지한다고 되어 있는데 막상 학교 들어가서 친구를 사귀고 얘기하다 보니까

어떤 친구는 인체 데생을 하나도 할 줄 모르는 거예요. 어떻게 들어왔냐고 물었더니 스케치북에 자기가 지금까지 그려온 걸 다 넣었대요.

꽃, 나비, 사물, 해변가에서 사람들이 수영하는 것들 등등. 사실상 기준점이 없는 거예요. 이 학생의 독특한 세계관을 보고서 이 친구를 뽑은 거였죠.

제가 칼아츠 다니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룰이 없다는 거였어요. 한국사람들은 틀에 박힌 룰을 잘 따라가요. 그 안에서 경쟁도 잘하고요. 그런데

룰이 없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한 번은 디자인 클래스에서 숙제가 “태양을 표현해봐.” 그게 다였어요. 그러면 한국인들은 혼란스러운 거예요. 페인팅인지, 그림인지, 사진인지, 어떻게

표현해야 되는지 뚜렷한 가이드라인 없이 태양을 주제로 뭘 만들어 오라고 하니 막연한거죠. 반면 미국 애들은 전부 “OK” 하고 나가요. 과제를 벽에 붙이는데

다들 가지각색으로 해 왔어요. 누구는 종이에 노란 점만 찍어오고, 누구는 일회용 종이접시를 노란색으로 페인트칠 해서 벽에 붙이는 애들도 있고. 어떤 건

'저걸 정말 숙제라고 해왔나?' 하는 것들도 있었죠. 한 사람씩 나와서 브리핑을 하는데 나의 컨셉은 뭐였고 왜 이런 접근을 했는지 들어보면 정말 그럴듯해요.

한마디로 말로 때우는 거죠. 그런데 다 받아줘요.

포트폴리오라는 것도 이렇게 본다라고 했지 반드시 이 룰대로 따라간다가 아닌 거예요. 그냥 스케치북 들여다 보다가 딱히 이것도 저것도 아니지만

뭔가 다른 부분에 재능이 있으면 뽑는거죠.

- 누구에게라도 열려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엄청 열려있죠. 하지만 제가 칼아츠에서 3년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준비가 안된 학생들은 칼아츠의 밸류를 모른다는 거예요. 칼아츠를 졸업한 많은 이들이

칼아츠 배운게 없다고 욕을 해요. 학생들은 '디즈니식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배우러 왔는데 왜 가르쳐 주질 않냐' 하고 학교에서는 '미래를 본다면

디즈니 스타일이 아닌 다른 포맷으로 가야 된다'고 했죠.

예전에는 칼아츠가 디즈니 스타일을 가르쳐서 디즈니에 학생들을 공급(?)해 왔는데 교수가 바뀌면서 '이제 더이상 우리는 디즈니 스타일을 고집하면 안되고

다양한 색깔을 가져야 한다'라고 방향을 바꿨어요. 결과적으로는 그게 성공했죠. 그렇게 나온 친구들이 카툰네트워크, 니켈로디언에 가서 크리에이터로 활약을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디즈니를 목표로 하고 온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불만도 많았어요.

나중에 보니 그런 친구들은 그림을 배울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오는 거예요. 칼아츠는 그림을 가르쳐 주는 학교가 아니예요. 이미 그림이 마스터가 된 후에

올 수 있는 어드밴스 레벨의 학교인 거죠. 학교에 대한 철저한 조사, 그리고 내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서 그 다음 단계로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것들을 배우는 거지

여기에서 시작하려고 하면 배울 수가 없어요.

로스트인오즈(Lost in OZ)에 관련하여 그 당시에 생소했던 아마존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게된 계기가 있나요?

어느 날, 마블 사장이었던 프로듀서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아마존에서 제작하는 새로운 쇼가 하나 들어가는데 인터뷰 한 번 보라고 하길래 만났죠.

4명의 크리에이터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오즈의 마법사 컨셉으로 만드는 쇼였어요. 파일럿 에피소드를 보고 어떻게 하면 이 쇼를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고

내가 어떤 부분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제 관점에서의 장단점들을 분석해 얘기했더니 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들이 작업하면서 느꼈던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줄 수 있겠다며 결국 제가 총감독으로 낙점이 됐죠. 그렇게 아마존 작품에 참여하게 됐어요.

사실 제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라 아마존이든 넷플릭스든 작품이 있어야 하고 그 쪽에서 저를 마음에 들어해야 할 수 있는 거죠.

- 총감독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컨셉과 큰 스토리의 흐름은 크리에이터가 만들어요. 간혹 크리에이터가 총감독까지 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일의 양이 엄청 많아요. 그래서 대체적으로 시스템이 나눠집니다.

스토리를 전반적으로 관장하는 EP가 있고, 그 다음에 총감독이 있어서 서로서로 조율을 하는 거죠. 각 에피소드의 스토리가 나오면 그 이후 단계부터는 제가 다 맡아서

일을 진행했어요. 스크립트를 보면서 진행, 배경, 소품, 액션, 스토리 등을 구상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이야기해서 고치도록하죠.

각 에피소드의 감독과 스토리보드를 시작하기 전에 미팅을 하고 느낌과 뉘앙스, 액션의 강약 등등 모두 다 디렉션을 줘요. 에피소드 감독은 다른 에피소드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누군가 한 명이 그걸 전부 다 관장을 해야 해요. 그게 제 역할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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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존 컨텐츠를 작업하게 되면 아마존 소속으로 일을 하게되나요?

두 가지가 있어요. 아마존의 경우에는 자체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아요. 아마존이 콘텐츠 제작업체는 아니지만 “이제부터 컨텐츠를 많이 만들겠다,

그러니 아이디어가 있으면 우리에게 와서 피칭(Pitching)을 하라. 그러면 우리가 제작비를 주겠다” 하고 제작이 들어가는 방식이죠.

반면 넷플릭스는 이번에 애니메이션 팀을 만들었어요. 그 안에서 여러가지 쇼들을 디벨럽하고 꾸려나가죠. 그래서 그 팀에서 일을 하면 넷플릭스 소속이

되는 거예요. 넷플릭스의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애니메이션 팀을 운영하면서도 관련부서를 만들어 외주 같이 아웃사이드에 있는 회사들과

계속 딜을 맺으며 애니메이션을 만들죠.

저같은 경우 현재 제작중인 퍼시픽림이라는 컨텐츠가 레전더리 픽쳐스 소속 IP예요. 넷플릭스가 임의로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IP 판권을 허락받아야 만들 수 있어서 지금은 넷플릭스와 레전더리가 조인해서 만들고 있죠.

- 그런 협약이 깨지게 될 수도 있나요?

그렇죠. 늘 가능성은 있지만 가급적 안 깨려고 하죠. 일단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 어느 쪽이든 먼저 깨는 사람이 그 위약금을 다 물어야 돼요.

액수도 많고 그런식으로 일을 하면 헐리웃에서 더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되죠. 영화쪽에서는 중간에 쇼가 캔슬이 되는 경우가 간간히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판이 깨졌다고 한다면 그건 정말 뭔가 큰 문제가 있는 거죠.

심지어는 크리에이터가 중간에 잘린 경우가 두 세 케이스가 있었어요. 성희롱 또는 마약 문제 때문에요. 크리에이터는 잘렸는데 그 쇼는 그대로 진행하는 거예요.

그게 시스템이죠. 그 사람의 아이디어로 시작은 했지만 일단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누가 들어오고 누가 나가든 상관없이 계속 굴러가요.

애니메이션은 배우에 의존도가 낮으니까 가능한 거죠. 스캔들의 영향을 덜 받으니까요.

비용적으로 보더라도 미국 TV드라마 같은 경우에는 배우의 몸값이 시즌별로 점점 올라가서 결국 드라마를 보다보면 주인공 한 두명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죽거나 퇴장을 하죠. 어차피 주인공은 못 바꿔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나머지 사람들을 바꿔서 비용을 절감하는데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죠.

캐릭터에게 돈을 따로 줄 필요도 없고 하니까 그런 면에서는 경제적이라고 볼 수 있죠. (웃음)

외국 회사와 국내 회사의 근무환경은 어떻게 다른가요?

저는 사실 한국 회사랑 일해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전해 들은 바로 비교해 보자면, 첫번째는 구조가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은 굉장히 수직적인 구조잖아요.

물론 미국도 수직적인 구조죠. 그런데 그 안에서의 관계나 대화는 굉장히 수평적인 구조예요. 프로듀서나 말단 직원이나 할말은 다 해요. 또 하나는 공과 사의 구분이 굉장히 뚜렷해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도 아닌 건 칼같이 노(No)라고 해요. 개인적인 친분때문에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을 끌어안고 간다? 100%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프로듀서가 안된다고 하면 철저하게 친분이 있든 없든 잘려요.

한국에서 일하시는 분들 보면 굉장히 열심히 하시는 게 보여요. 그런데 너무 일에만 매진해서 산다고 해야할까요? 약간 답답한 부분이 있어요. 미국도 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한국보다는 좀 더 자유스런 분위기를 많이 풍겨요. 어떤 회사는 학교같은 분위기라서 밤늦게까지 어울려서 저녁도 먹고 하죠.

스케줄도 좋지만 너무 말도 안되는 일정이면 직원들이 번아웃 되고 일을 그만 둘 가능성이 높아요. 회사가 이 회사 하나뿐인 것도 아닌데 말이죠. 애니메이션은 제일 중요한 게

사람이예요. 예를들어 어떤 감독이 쇼를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있는데 만약 번아웃되거나 무슨 일 때문에 그만두면 그 쇼를 누가 맡아서 하겠어요? 감독 뿐 아니라 그 밑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예요. 감독이 혼자 다 못하잖아요. 사람 한 명 모셔오기는 굉장히 힘들지만 그 사람이 그만두고 나가기는 정말 쉽죠.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미국의 경우

사람에 대한 대우는 아주 좋은 편이라고 봐요. 한국은 어떤 대우를 해 주는지 모르지만 일단 스케줄이나 작업 강도를 봤을 때는 한국에 비해 미국이 조금 더 자유스럽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제가 봤을 때는 솔직히 지금이라도 충분히 일의 능력과 퀄리티 면에서 가능하신 분들이 보여요. 문제는 언어죠.

VFX 같은 경우에는 괜찮을 수 있어요. 디렉션을 받아서 그림으로 보여주니까 스토리의 흐름을 관장하기 보다는 장면의 폭발, 불, 물 등의 효과, 라이팅 등

이런 테크닉적인 것들을 요구하는 게 많기 때문에 굳이 언어의 제약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은 얘기가 좀 달라져요. 저도 미국에서 30년 정도 살았지만

아직도 영어가 힘들어요. 의사소통은 하지만 미국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영어를 하는 건 아니예요. 특히 코미디는 한국사람이 극복할 수 있는 산이 아니죠.

저는 미국식 코미디를 이해하기 위해 밤마다 스탠드업 코미디를 봤어요. 그렇게 2~3년을 봤더니 이제서야 미국사람들의 코미디 정서가 이렇구나 하고 조금

이해하게 됐죠. 일례로 미팅을 하면 한국사람들은 제일 먼저 하는 말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해요. 미국 사람들은 'Hi~' 이런거 안해요.들어오면서부터

'어제 밤에 영화 혹은 드라마 봤냐.' 이러면서 농담부터 시작해요. 농담이 생활화되어 있는 사람들이고, 우리나라 사람들과 웃음포인트가 많이 다르죠.

픽사의 '니모를 찾아서'를 한국에서 봤어요. 꼬마 물고기 셋이 보트가 떠있는 걸 보면서 얘기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하나가 “나 저거 뭔지 알아. 우리 엄마가 가까이 가지 말랬어.

위험하다고.” 그러니까 옆에 있는 애가 “우리 아빠도 그랬어. 저거는 엉덩이(butt)라고.” 영어로 boat를 얘가 발음을 잘 못하니까 butt로 된거죠. 졸지에 보트가 엉덩이가 되어버린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리 아빠가 엉덩이라고 그랬어.” 하니까 사람들이 반응이 없는 거에요. 너무 뜬금없잖아요. 저걸 왜 엉덩이라고 하나 그러면 곰이라고 할 수도 있고 다른 아무거라도 할 수 있지 않나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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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빙 버전에서는 '빼'라고 나오더라고요.

배를 빼라고 한다고 해도 충분히 애들 발음이 잘못나온 걸 수 있잖아요. 원리는 잘 가져왔지만 픽사에서 의도한 것과는 다르죠. 문화적 언어적 차이나

갭은 정말 좁히기가 힘들어요. 해외취업 생각하시는 분들, 실력으로 보자면 괜찮은데 언어적인 것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더구나 애니메이션 쪽으로 오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그 부분을

반드시 고민해 보셔야 될 것 같아요. 언어가 된다면 오히려 해외에서 경험을 쌓는 게 좋죠. 개인적으로는.

콘텐츠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할 수 있는데 감독님께서 느끼시는 콘텐츠의 트렌드는 어떤가요?

한국에서는 병맛 개그, 엽기 코드가 유행이라고 하지만 외국에서는 유행이라는 게 한 번 돌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처음 반응도 느리지만 한 번

뭔가 바람을 탔다 싶으면 그게 미국 전역을 한 바퀴 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죠. 어찌보면 해외에서는 유행이라는 게 딱히 없어요. 개인의 취향대로

좋은 걸 좋아하는 거죠.

애니메이션 쪽에서 유행이라고 해 봐야 '어드벤쳐 타임'이라는 엽기 코드를 가진 애니메이션이 흥행해서 많은 애니메이션 회사들이 액션을 버리고

코미디로 돌아섰다는 것 정도예요. 그게 벌써 10년 정도 전의 일이고 아직까지도 계속 이어져오고 있어요. 요즘에서야 조금씩 액션쇼가 부활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뭐 하나 바꾸기가 쉽지 않죠.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사람들의 입맛도 그렇게 빨리 변하지는 않아요. 가수들을 봐도 여러 세대에 걸친 팬층이

낯설지 않죠. 저도 이 분야에서 20년 정도 일을 하다보니까 어떤 게 잘되겠다 그런 게 이제 좀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쇼들은 미국에서는 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캐릭터는 귀여운데 귀여움으로 어필할 수 없나요?

캐릭터는 좋아요. 재료는 좋은데 요리를 잘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한국 작품을 보면 기획이나 표현이 상당히 노골적인데 그게 뭐냐하면

장난감 냄새를 많이 풍겨요.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거든요. '드래곤길들이기' 역시 장난감이 많이 팔렸지만 기획단계에서부터 장난감은 아니었어요.

미국에서는 어떻게든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드는 게 넘버원이예요. 재미가 있어서 사람들이 봐야 장난감을 사지 재미도 없는데 누가 장난감을 사겠어요.

미국 애니메이션에서 장난감은 2차적인 문제고 컨텐츠가 얼마나 재미있느냐에 따라서 그게 흥행하면 그 다음에 장난감을 생각하죠. 사실 장난감도

크리에이터가 생각하는 게 아니예요. 장난감 회사가 어떻게 만들어 낼지 제안하죠. 그 쪽이 전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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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입장에서는 성공자의 자리에 계시는데 경험하신 성공의 원칙이 있나요?

저는 본성은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예요. 그런데 한 가지, 애니메이션만큼은 굉장히 꾸준히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맨 처음 칼아츠에 입학하고 졸업할 때는

애니메이터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다른 건 생각안하고 무조건 나는 극장용 애니메이터가 되는 게 꿈이라며 칼아츠에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졸업하자마자

다행히 애니메이터가 됐죠. 그런데 2D 애니메이션이 끝나면서 그 다음에 뭘 해야되나 고민하다가 스토리보드로 넘어갔어요. 처음에는 목표가 없어지니까

너무 막연하고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시작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실력이 잘 안늘었어요.

어느 날 감독이 노트를 줬는데, 그 노트를 보니까 너무 불만이 쌓이는 거예요. '내가 만들면 이거보다 잘 만들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감독이 되자!

더 잘 할 수 있어' 라는 의욕이 생겼죠.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는 보드를 거쳐야 그 다음에 감독이 되는 순서였으니 마침 제가 그 과정 가운데 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감독이 되고싶어서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재미있어지는 시점이 오더라고요. 그 때 부터는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가르쳐 주는 데가 없으니까 혼자서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보며 연구하고 분석하고 열심히 살았죠.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면 (일본에 비유해서 좀 그렇지만) 사무라이같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무라이는 늘 칼을 차고 다녀요. 언제 칼을 뽑아서

싸움을 해야할지 모르는데 그 싸움으로 인해서 생사가 갈릴 수도 있죠. 때문에 검술 연습뿐 아니라 칼을 늘 잘 갈아놔야 돼요. 게을러지면 녹이 슬거든요.

그러면 막상 싸울 일이 생겼을 때 칼을 뽑으려해도 칼이 안 뽑혀요. 설사 칼을 뽑았다 하더라도 검술 실력이 늘 제대로 닦아져있지 않으면 죽어요.

과장된 비유일 수 있지만 저는 그런 친구들을 많이 봤어요. 감독 되자마자 곧바로 스토리보드를 안하더라고요.

그러면 이제까지 쌓아왔던 게 금방 무너져요. 저는 감독일 때도 총감독일때도 거기서 일부 섹션은 제가 다 맡아서 해요. 그렇지 않고 감히 손 놀리면 감각이 무뎌져요.

저는 아직도 진행형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만약 저를 보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면 계속 자기 자신을 연마하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끊임없이

죽을 때까지 자기 자신을 갈고 닦는 것 밖에 없어요.

모팩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여러분들 만나뵙고 재미있었어요. 제가 여러분들한테 들려줬던 이야기들이 좋은 피와 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원래 처음엔 다 힘들어요. 그렇다고 이게 나중에 가서 편해지는 건 또 아니예요. 사실 편해지면 나태해지거든요.

그런 것들을 경계하시고 늘 자기자신을 갈고 닦으며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거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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